조직문화는 기업 경영에서 매우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많은 조직에서 “조직문화를 바꾸자”,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한다. 그러나 막상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생각보다 명확한 답을 듣기 어렵다.
이는 조직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조직문화는 다요인·다수준 현상이다. 조직문화는 단순히 분위기나 구성원의 태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리더십 스타일, 의사결정 방식, 커뮤니케이션 구조, 평가와 보상 시스템, 조직의 역사와 경험 등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된다. 또한 개인 수준, 팀 수준, 조직 수준에서 동시에 나타난다. 전사적으로는 혁신을 강조하지만 실제 팀에서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강할 수도 있고, 공식적으로는 수평적인 조직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위계가 강하게 작동할 수도 있다. 이런 다층적인 특성 때문에 조직문화를 단순한 하나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한 조직문화는 추상적이며 상당 부분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구성원들은 오랜 시간 조직 안에서 일하면서 그 조직의 방식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래서 왜 그렇게 일하는지, 다른 방식이 가능한지에 대해 깊이 질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 회사는 원래 그렇다”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직문화는 슬로건이나 선언문보다 구성원들이 별다른 의식 없이 반복하는 행동 속에서 훨씬 분명하게 드러난다.
게다가 조직문화는 관행, 규범, 제도와 뒤섞여 나타난다. 많은 조직에서 문화와 제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논의한다. 복잡한 보고 절차는 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권위적 문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회의에서 의견을 내지 않는 현상 역시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규범과 권력 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조직문화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여기에 더해 조직문화는 해석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경영진이 보는 조직문화와 구성원이 체감하는 조직문화가 다른 경우는 매우 흔하다. 어떤 리더는 조직을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라고 말하지만, 구성원들은 그것을 충분한 논의 없이 위에서 결정되는 구조라고 느낄 수 있다. 같은 조직을 두고도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조직문화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경험과 해석이 반영된 사회적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특성을 가진 조직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변화 활동을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조직에서 조직문화 개선 활동이 캠페인, 이벤트, 슬로건, 워크숍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활동부터 시작하면 변화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 채 프로그램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인력, 비용을 들였지만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문화는 단순히 활동을 기획하는 영역이 아니라 조직을 읽고 해석하는 전문 영역에 가깝다. 조직 안에서 반복되는 행동 패턴, 권력 관계, 규범, 관행, 의사결정 구조 등을 장기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조직에서는 조직문화 업무를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장기간 전문성을 축적해야 하는 영역으로 바라본다.
결국 조직 내부에는 조직문화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조직의 역사와 구조, 일하는 방식과 규범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야 조직문화 변화 역시 현실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은 몇 번의 워크숍이나 단기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년간의 학습과 경험, 그리고 현장을 읽는 훈련을 통해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
많은 조직이 조직문화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변화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먼저 조직문화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문화 변화의 출발점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이것이다.
조직문화는 과연 무엇인가.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